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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신탁 증여의제 "부당무신고가산세 판단기준은 납세의무자"

  • 보도 : 2023.03.22 08:00
  • 수정 : 2023.03.22 08:00
조세일보
◆…법무법인 광장 박창인 변호사.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를 무신고한 행위에 대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부당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하거나 명의신탁자에게 이에 대한 연대납세의무를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명의신탁자를 기준으로 부정행위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무신고와 관련하여 본래의 증여세 납세의무자인 명의수탁자를 기준으로 부정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022. 9. 15. 선고 2018두3775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

대상판결에서 과세관청은 원고(명의신탁자)가 사실상의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의 기획팀을 통하여 회사 임직원 등(명의수탁자)의 명의로 차명주식을 보유하였으며, 원고의 차명주식 보유가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명의신탁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차명주주(명의수탁자)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한편, 원고를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증여세 및 부당무신고가산세 납부를 통지하였다.

대상판결의 원심은 명의신탁자인 원고의 행위를 기준으로, 원고가 적극적인 부정행위를 통하여 과세요건사실의 발견을 곤란하게 하여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불가능하게 하였으므로, 부당무신고가산세(즉, 국세기본법 제47조의 2 제1항 제2호가 아닌 제1호에 따른 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부당무신고가산세 적용 여부에 대해서 '납세의무자'가 부정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 증여의제규정에 따른 증여세 납세의무자는 명의수탁자이고,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와 연대해서 증여세 납부의무를 부담할 뿐이므로, 부정행위 여부의 판단도 납세의무자인 명의수탁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라면서, 원심이 명의신탁자인 원고를 기준으로 부당무신고가산세를 적용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국세기본법은 부당무신고가산세의 적용 요건으로서의 '부정행위'에 대한 존부의 판단은 "납세의무자"를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국세기본법 제47조의 제2 제1항),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2018. 12. 31. 법률 제16102호로 개정되어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 납세의무자를 명의신탁자로 규정하기 전까지는 명의수탁자가 증여세의 "납세의무자"였기 때문에(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의 2 제2항), 대상판결의 결론은 법리상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 타당성의 측면에 있어서는 명의신탁자가 증여세 납세의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무신고가산세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되는 결론에는 아쉬움이 따른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두면서 명의신탁자에게 연대납세의무를 부과한 것은 명의신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다. 명의신탁을 이용하여 주식의 실제 소유관계를 숨김으로써 관련 조세를 회피하는 등 명의신탁행위로 인한 경제적 이익은 주로 명의신탁자에게 귀속하는 것이고, 명의신탁행위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자도 대부분 명의신탁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명의신탁자가 부당행위를 하였는지를 기준으로 살펴보는 것이 보다 타당해 보인다.

이처럼, 애당초 부정행위를 할 만한 동기 자체가 명의신탁자에게 있는 것인데, 법률상의 납세의무자가 명의수탁자라는 법 논리상의 이유만으로 명의신탁자가 부정행위를 하였더라도 부당무신고 가산세 부과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명의수탁자를 기준으로 부정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에 따르면, 명의신탁 관계를 통해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명의신탁자의 부정행위를 제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명의신탁자가 보다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차명주식을 관리하여 차명주식에 대한 처분권한을 직접적으로 행사하게 될수록, 명의수탁자들은 차명주식에 대한 관리·처분에 개입할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원고는 회사의 기획팀으로 하여금 차명주식의 관리를 담당하게 하면서, 차명주식에 대한 시황보고를 받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와 회사가 전문적으로 차명주식을 관리하는 상황에서라면 명의수탁자들은 그저 명의만을 빌려주고 형식상으로만 자신의 소유인 주식에 대해서 실질적인 권리를 인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 자산을 보다 직접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실질 소유관계를 형해화하면 할수록 부정한 행위를 통해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부당무신고가산세가 적용될 가능성은 더욱 줄어드는 모순적인 결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비판 때문에, 2018. 12. 31. 법률 제16102호로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부터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 납세의무자를 명의신탁자("실제소유자")로 규정하였습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의 2 제2항). 납세의무자를 기준으로 부당무신고가산세 부과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대상판결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명의신탁자의 부정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되기 이전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의신탁자가 아무리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방법으로 차명재산을 관리해 왔다고 하더라도 부당무신고가산세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하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법원 2022. 9. 15. 선고 2018두377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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