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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과천…이번엔 '성지(聖地)수호' 시위

  • 보도 : 2011.11.29 17:35
  • 수정 : 2011.11.29 17:35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주요 경제부처가 모인 정부과천청사 앞에서는 정부의 각종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청사 정문 앞 4차선 도로 건너편에는 마치 시위를 위해 만들어진 듯(?) 축구장 하나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의 넓은 운동장까지 마련돼 있어, 대규모 시위대가 집결·농성하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지난 6월에는 애완동물 진료비 부가가치세 부과에 반대하는 수의사 및 애견단체 회원 5000여명이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시위를 벌였고, 지난달에도 전국 주유소 업주 1500여명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생존권 사수 궐기 대회를 했다.

29일 오전에도 과천청사 앞에 약 2500명의 시위대가 운집, 정부를 향해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즉시 수용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번 시위대는 예전에 청사 앞 운동장을 점령했던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 각종 이해관계자들과는 성격 및 목적 자체가 판이하다.

지난 28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이번 시위대는 종교 단체로서, 증산교 계통 '대순진리회'의 금릉방면 서부회관 신도들이다.

특히 대순진리회 신도들은 추운 겨울 날씨 속에도 이틀에 걸쳐 운동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밤샘 시위를 진행하는 등 말 그대로 '성전'(聖戰)을 벌이고 있다.

신도들이 정부를 상대로 이 같은 무모한 시위를 계속하는 이유는 바로 '성지(聖地) 수호'.

'성지 수호 사수를 위한 1000만 도인 결의대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시작된 이번 시위는 대순진리회 서부회관(대순 역사 박물관) 부지가 국토해양부가 추진 중인 제4차 보금자리 주택지구에 편입된 것이 발단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지정된 경기도 하남시 감북지구 보금자리 사업에 박물관 부지가 포함됐고, 대순진리회 금릉방면 신도들에 따르면 건물 부지 한가운데로 사업지구 지정선이 그어져 서부회관이 반 토막 날 위기에 처했다.

시위대는 이번 농성에 대해 서부회관 지역 신도들이 종교적 목적으로 18년간 성금을 모아 마련한 부지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며, 보상금·용적률·건폐율 등 보금자리지구 선정과 관련된 일반적인 특혜 시비들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주장한다.

시위대 관계자는 "국토해양부는 박물관 부지 전체가 그린벨트인데도 부지 한가운데에 보금자리지구 지정선을 그어놓았고, 그린벨트로 묶인 땅만 편입시켰다는 말도 되지 않는 주장만 되풀이한다"고 설명했다.

밤샘 시위에도 국토부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계속 무시한 데에 잔뜩 화가 난 대순진리회 신도들은 이날 오전 드디어 운동장을 벗어나 청사 앞 도로로 뛰쳐나왔다.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나와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박물관을 포함한 서부회관 전체 부지를 보금자리 지구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정문을 지키던 경찰들과 정면으로 대치하던 신도 중 약 60명은 청사 진입에까지 성공하며 국토해양부 건물 1층 로비까지 뛰어 들어갔지만 청사 경비직원과 경찰에 붙잡혔고, 이날 시위 과정에서만 80여명의 신도가 경찰에 연행됐다.

청사 진입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과의 몸싸움으로 약 20명의 신도가 중경상을 입었고, 일부는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흥분한 대순진리회 시위자는 "정부가 특정 종교에 대한 편견에 빠져 박물관 건립자체를 무산시키려고 의도적으로 분할선을 정한 것 같다"며 "국토부의 이번 조치는 명동성당을 반으로 갈라 보금자리 지구로 편입한 것과 다름없는 처사"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한편 국토해양부 입장은 대순진리회 금릉방면 신도들의 주장과는 180도 다르다.

박물관 부지를 반으로 가른 것이 절대 아니며, 어차피 박물관 부지 자체가 그린벨트에 포함돼 있어 대순진리회 서부회관에서 박물관을 증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그린벨트로 지정된 박물관 부지를 개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대순진리회 서부회관 측에서 아예 박물관 부지를 모두 보금자리 지구에 포함시켜 달라고 오히려 생떼를 쓰는 상황이다.

보금자리 지구에 박물관 전체 부지가 포함될 경우 그린벨트에서 자연적으로 해제되며, 다소 적은 금액의 부담금을 납부하는 대신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박물관 부지 아래 지역은 그린벨트가 해제됐지만, 박물관 부지는 아직 해제되지 않아 서부회관 측에서 건물을 지을 수도 없다"며 "보금자리지구 선정 당시 도로, 시도경계선, 그린벨트 우선해제 등을 모두 고려한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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