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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의 세금, 오해와 통념]

⑩ 왜 세법은 어려울까?

  • 보도 : 2022.12.02 07:16
  • 수정 : 2022.12.02 07:16

1. 아인슈타인도 풀지 못한 세금 문제

세계적인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자기 세금을 스스로 계산하지 못하고 전문가에게 맡기면서 ”소득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 ”세무는 전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것들 가운데 하나다“라는 말을 남겼다.

 국민들이 자기 세금을 스스로 계산해서 납부할 수 있는 그런 알기 쉬운 세법은 정말 기대하기 어려운 것일까? 세법이 쉬워지면 세법에 대한 오해로 발생하는 조세 불복이나 세무 행정 비용이 줄어들고 조세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진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조세당국은 알기 쉬운 세법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2011년부터 세법을 명확하고 알기 쉽게 새로 쓰는 「조세법령 새로 쓰기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1차 성과로 2013년 6월 부가가치세법이 국회에서 개정되었고, 2018년 2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개정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각국의 세법은 여전히 가장 어려운 법 중의 하나이다. 전문가들마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는 조세정책이 그 역할과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조세제도의 내재적 제약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세법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

첫째, 우리 사회의 복잡한 삼라만상을 세법에 모두 담아야하기 때문이다.

세금은 경제주체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편익(응익과세원칙)이나 경제적인 능력(응능과세원칙)의 크기에 따라 부담을 달리해야 한다. 따라서 세법에는 편익과 부담능력을 나타내는 각종 유형의 소득·재산·소비·거래·인허가 등을 빠짐없이 세원으로 규정해야 하므로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 경제사회가 개방화·고도화·선진화·과학화되면 될수록 경제사회구조와 세원도 복잡 다양화되어 세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둘째, 공평한 조세제도를 만들려고 하면 그만큼 세법은 복잡해진다.

경제적 능력이 큰 사람일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수직적 공평성(vertical equity)과 동일한 경제적 능력의 소유자에게 동일한 세금부담을 지게 하는 수평적 공평성(horizontal equity)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맞게 과세소득 계산방법과 세율체계 등을 상세하게 세법에 규정해야 한다.

셋째, 세금이 각종 경제사회정책수단으로 활용될수록 세법은 복잡해진다.

조세는 재원조달 기능 외에도 소득과 부의 재분배,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 시장실패의 교정 등 다양한 경제·사회 정책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외에도 조세정책은 주택, 환경, 교육, 교통, 균형발전 등 복지와 지역균형발전 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억제, 비윤리적 기업행위 규제, 물가안정 등 반사회적 행위의 규제까지 동원되다보니 조세체계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넷째, 세법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잦은 세법 개정이다.

세법은 변화된 시대상과 경제사회 여건을 즉각 반영해야하므로 수시로 개정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지만 잉크도 마르기 전에 1년에 몇 번씩 땜질식으로 개정하다보니 부작용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부동산 관련 세법은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크게 바뀌다보니 세무사나 국세공무원마저 정확한 내용을 숙지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3. 쉬운 세법이 꼭 좋은 세법은 아니다. 

세법에서 탈루 없이 모든 세원을 망라하고 세부담의 공평성이 보장되며 세금이 소득재분배 등 각종 사회정책 수단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복잡한 조세제도는 불가피하다. 이런 점에서 쉬운 세법은 좋은 세법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흔히 이상적인 조세요건으로 조세수입의 충분성(sufficiency), 공평성(equity), 효율성(efficiency), 간편성(simplicity, 확실성·단순성) 등을 손꼽는데 이들 요건은 대부분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충관계(trade-off)에 있다. 이 경우 정책 담당자들은 세금의 충분성과 공평성을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

또한 지금은 분업화된 전문가시대이다. 세금문제는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에게 맡기고 기업인, 근로자, 자영사업자 등 국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책무를 다하는 사회가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사회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들 전문가마저도 세법이 수시로 바뀌고 애매모호한 규정 때문에 세무상담에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4. 정부는 간편하고 쉬운 세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현대 조세국가에서 세금은 정부가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납세자가 자기 세금을 스스로 계산해서 정부에 납부하는 신고납세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조세의 간편성, 명료성, 단순성은 조세당국이 계속 추구하고 지향해야할 소중한 가치이다. 세법이 쉬워지면 납세협력비용(compliance cost)이 줄어들고 과세관청의 행정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여러 제약이 있음에도 조세당국은 알기 쉬운 세법을 말들기 위해 지속적이고 다양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대륙법계의 전통을 따르고 있어 법률조문이 서술식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문장이 길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미국·영국·호주처럼 법령에서 산식이나 흐름도 그리고 도표 등을 적절하게 활용해 입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요한 과세요건 등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위임하지 말고 법률에서 투명하고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하고, 특히 잦은 땜질식 누더기식 세법 개정을 지양하고 과세체계와 방법을 걷기 쉬운 징세편의위주에서 세금내기 쉬운 납세편의위주로 과감하게 혁신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법령에서 과세여부가 불분명하면 세무공무원은 감사원 감사 등 책임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단 과세‘부터 하게 되고 납세자는 불복절차를 밞아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1980년에 국제통화기금(IMF)은 ‘1980년대의 한국세제에 관한 IMF보고서’ 에서 ‘한국조세제도는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너무나 복잡하다. 당국이 조세제도로 하여금 너무 많은 기능을 수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행정가나 일반 국민이 쉽게 이해하도록 조세를 단순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새겨들어야 할 중요 과제다. 
조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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