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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역사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 소환...교육계 "역사교육 정치화"

  • 보도 : 2022.12.02 07:00
  • 수정 : 2022.12.02 07:00

교육부 "조정 방안 반대한 심의위원 1명, 대부분 동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표현 처음 등장은 유신헌법"

"전 세계 교과서 '민주주의' 표기가 보편적"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하다 박근혜 정부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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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11.9 사진:연합뉴스
최근 교육부가 행정예고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종료한 가운데 개정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에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놓고 교육 현장의 거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9일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행정예고하고 11월 29일 17개 시·도 교육청의 의견수렴을 거쳐 교육과정 시안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역사 교육과정 연구진은 1·2차 시안에 없던 ‘자유민주’ 표현이 추가로 반영된 것에 대해 교육부의 일방적 수정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연구진의 동의 없이 교육부가 조정 방안을 일방적으로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에 직접 상정했다며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행정예고안에 따르면 당초 역사과 개발 연구진은 고교 한국사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탐색한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빠졌다는 보수진영의 비판에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표현을 추가로 반영하면서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탐색한다”로 표현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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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 교육과정 개정 관련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듣고 있다. 2022.11.28 사진:연합뉴스
교육부는 11월 7일에 열린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직접 상정한 조정 방안에 대해 일부 반대(1명)을 제외한 위원 대부분(18명)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정성식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은 11월 10일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에서 교육부의 입장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정 운영위원은 "회의에 참여하신 위원님들이 '연구진들의 의견에 대해서 동의했다라는 거지, 교육부 의견에 동의했다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이렇게 분명히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11월 13일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 회의 결과가 왜곡·발표됐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교육과정심의회 회의에 참석한 한 운영위원은 한겨레를 통해 “참석 위원들은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 한쪽을 고집할 게 아니고 집필진(연구진) 스스로 문맥에 맞게 두 가지 표현을 알아서 쓸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자는 데 동의한 것이었지, 교육부가 연구진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의적으로 고쳐도 된다는 데 동의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11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각각의 용어를 시대상과 역사적 맥락에 따라 서술한 교육부 조정 방안에 동의하는지 묻는 정리 발언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현한 위원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민주주의’ 표현 사용 여부는 이전에도 꾸준히 쟁점화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경돼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때는 ‘자유민주주의’로 표현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혼용했다.

진보진영에서는 ‘민주주의’가 자유를 포함하는 개념이라 굳이 ‘자유’를 넣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민주주의가 ‘인민민주주의’'사회민주주의'로 해석될 수 있어 ‘자유’가 꼭 포함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래훈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11월 29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1948년 제헌헌법을 보면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은 그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건 1972년 유신헌법"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란 자유롭고 민주적인 질서를 말하는 거지 반공이라는 협소한 의미에서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대비되는 자유민주주의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게 박 회장의 주장이다.

정성식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은 "교육과정의 내용적인 측면을 보면 과거로 회귀한 측면이 좀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자유민주주의를 교과서에 표기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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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교육정상화를바라는전국네트워크 등 단체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삼각지역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및 제4차 NAP 폐기를 위한 연합예배 및 국민대회'를 하고 있다. 2022.11.13 사진:연합뉴스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1191명 교사들은 지난달 28일 실명 선언문을 통해 "현장 교사들에게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강력히 요구하는 교육부가 가장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역사교육을 앞장서서 정치화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역사과 교육과정에 대한 일방적 수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역사교사들이 실명 성명을 낸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 이후 6년만이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자유민주주의 서술 추가 절차에 대해 부당함을 주장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성평등’→'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성에 대한 편견'으로 대체

‘성소수자’와 ‘성평등’ 용어 삭제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회와 도덕·보건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는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성평등은 ‘성에 대한 편견’이나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대체됐다. ‘노동자’라는 표현은 ‘근로자’로 바뀌었다.

정성식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은 "38개 법조문에 성평등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며 "헌법도 행복추구권이라고 성별에 대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나오고 있다. 헌법적인 측면으로 보더라도 성평등이라고 용어를 바르게 쓰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지난달 28일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는 '성평등'을 지향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우리 사회의 인권 담론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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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2.11.9 사진:연합뉴스
특히 송 위원장은 '성소수자' 표현을 삭제하는 것과 관련해 "사실상 교육청 및 학교에서 성소수자 용어 사용 금지 및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의식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정부 당국은 성소수자를 인권의 동등한 주체로 확인하고 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는 "헌법과 법률, 헌재 결정례, 역대 교육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대상과 역사적 맥락에 따라 서술한 조정 방안을 교육과정 심의회 운영위원회에 상정해 논의했고 대다수 위원이 동의했다"라고 반박했다.

박래훈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지금이라도 절차상 교육과정 시안 수정이 가능하다며 교육부는 원상태로 되돌려 놓아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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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훈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사진:EBS 뉴스 방송 캡처
박 회장은 지난달 30일 'EBS 뉴스'와의 화상통화에서 "공무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국가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교육부는 이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다가 박근혜 정부는 결국 촛불로 인해서 탄핵을 당했다"며 "그런 역사적 사실로부터 교육부는 조금 배워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육부는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심의안을 마련해 이달 초 국가교육위원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친 뒤, 올해 안에 교육부 장관이 확정·고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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