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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외치면서도 '조세의 공정'은 훼손하는 정치권

  • 보도 : 2022.01.21 14:30
  • 수정 : 2022.01.21 14:30

근로소득 면세점은 연 1200만원…근로소득자는 '봉'인가?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 가상자산 5000만원까지 비과세 공약

가상자산, 금융소득과 동일하게

다른 소득과의 형평성 문제 발생

"2030 표심도 중요하지만 글쎼…" 비판 나와

조세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경쟁이라도 하듯 가산자산 투자수익에 대한 비과세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주식이나 채권으로 얻은 금융투자소득은 5000만원까지 비과세되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가상자산도 유사한 수준까지(현재 250만원)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투자수익의 과세기준을 50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못 박았으며, 이재명 후보도 같은 날 비과세 기준을 주식시장과 같은 5000만원으로 할지는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발언 하루 뒤 민주당에서 과세기준을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현재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있는 데다, 금융 기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과세를 과도하게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발 물러서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보더라고,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근로소득에 대한 비과세 기준은 연간 1200만원에 불과한 점과 비교하면 명백히 조세의 '수평적 공평'을 훼손하는 처사라는 주장이다.

◆ "5000만원? 받고 이월공제 더!"… 표심 전쟁 나선 후보들 

윤 후보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공약을 발표했다. 가상자산 투자수익의 과세기준을 현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 현재 주식 투자의 경우 5000만원 이상의 투자수익은 양도소득세 20%를 과세하고 있는데, 가상자산에도 동일하게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전세계 가상자산시장 규모가 2000조원을 넘고 우리나라 가상화폐 투자자도 약 770만명에 달한다"며 "특히 우리 청년들이 디지털자산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가치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적응해 투자하고 있어, 청년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코인 과세 시점에 대해선 "선 정비, 후 과세"라며 가상자산 투자환경 개선 이후 과세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현 정부가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점을 2023년 1월부터로 1년 유예한 상황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과세에 대한 정비가 미흡할 경우 시점을 더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도 같은 날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두나무 사옥에서 열린 가상자산 4대 거래소 대표 및 전문가 간담회에서 "민주당 정부에서 가상자산 발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마치 없는 것처럼 부정하려고 해서 가상자산 시장 발전이 지체된 점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일원으로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상자산 비과세와 관련, "현재의 250만원에서 면세점을 올려야 한다는 말씀은 이미 드렸으나, 그게 주식시장과 같은 5000만원으로 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야 한다"며 "주식시장은 기업의 현실적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되고 전통적 산업 발전에 이익이 되기에 투자 권장 차원에서 감면 제도가 있지만, 가상자산은 성격이 달라서 똑같이 취급해야 하느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과세기준 금액에 대해선 정확하지 않은 목소리를 냈던 이 후보였지만, 이 같은 발언은 하루 뒤 민주당의 입법안으로 확정돼 발표됐다.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인 윤후덕 의원은 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소득을 현행과 같이 분리과세하되 적용세율은 가상자산소득 3억원 이하는 현행대로 20%를 유지하고, 3억원을 초과하면 25%를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실렸다. 아울러 금융투자소득 과세와 마찬가지로 이월 공제도 허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후보는 이어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확행 51번째 공약으로 "가상자산 손실 5년간 이월공제, 투자수익 5000만원까지 비과세"라고 밝혔다. 그는 "공약 발표도 중요하지만, 법률로 만들어서 시행해야 한다"면서 윤 후보와의 공약 경쟁에서 한 발 앞서 있다는 의미의 발언도 덧붙였다.

◆ 가상자산 비과세, 타당한가?… 형평성 문제 논란

이 같이 비과세 기준금액 확대 공약이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양 후보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는 비과세 확대를 포함한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완화는 이미 기정사실화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과세형평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올해부터 가상자산에 의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리해 과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 정치권에서 과세를 연기하자는 주장이 나왔고,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으로 과세 시기를 연기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윤 후보의 발언을 보면 과세 시기가 언제까지 연기될 지도 미지수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유예를 가장 반대했던 인물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과세 대원칙을 훼손한다며 과세인프라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정치권의 지적에도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고 반박해 왔다.

기재부는 과세기준 상향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지난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유예는 물론, 비과세 한도를 5000만원까지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조세소위에서 비과세 한도에 대한 조항은 제외되고 과세 유예만 통과된 것.

당시 노 의원은 "기재부의 반대로 인해 비과세 한도를 높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상황"이라며 "가상자산을 미술품처럼 취급해 비과세 한도 250만원을 적용하는 것은 누가 봐도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한도 상향을 계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기업의 자금 조달 등 생산적인 기능을 하는 주식과 가상자산을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며, 이번 두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대선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는다"고 공식입장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자산을 신종금융자산으로 분류해 2023년부터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과세법에 편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기타소득이 아닌 금융투자소득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비과세 기준이 5000만원으로 상향되기 때문.

하지만 금융투자소득 역시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의 과세형평성 문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소득마저 같은 위치에 올라선다면, 종류가 달라도 동일한 소득의 국민들간에는 세금 부담이 공평해야 한다는 '수평적 공평성'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조세전문가는 "가상자산에 대한 비과세 확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의 대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근로소득에 대한 비과세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건전한 경제발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가상자산 시장의 세금 부담이 완화된다면, 조세형평성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기준도 2000만원으로 추진하다 반발에 부딪혀 5000만원으로 후퇴했다. 금융투자소득은 종합소득에서 제외돼 최고 세율이 25%다. 근로소득에 이자·사업소득 등을 더한 종합소득세율은 최고 45%"인 것과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세 전문가는 "세금 부담이 적은 금융시장이나 가상자산으로만 돈이 몰리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세수가 남아돌아 비과세혜택을 주려면 근로소득자에게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해외주식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현행법상 해외주식은 가상자산과 동일하게 250만원 초과 양도소득에 대해 20% 세율로 과세된다. 하지만 양 후보의 공약이 전해지자 해외주식 투자 커뮤니티에선 "가상자산에 대한 비과세 기준은 올리면서 해외주식은 왜 그대로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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