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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감세 포퓰리즘]

선거 때마다 주장.... 그릇된 인식확산이 세제 근간 흔든다

  • 보도 : 2021.11.16 07:00
  • 수정 : 2021.11.16 07:00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종부세 폐지 약속

이명박 정부에서도 못했던 일... 대표적인 포퓰리즘

가상자산 과세, 정부는 준비됐다는데 이재명은 "1년 유예"... 선심 공약

'20대 소득세 면제' 민주당 공약 논란... 국민개납주의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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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선거철만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감세' 공약이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쏟아지고 있다. 내야 할 세금을 깎아주거나 없애 준다는데, 이를 마다할 국민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내놓는 '세금 포퓰리즘'은 조세의 근본 원칙을 훼손하거나 조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을 받는다.

인기영합주의적 조세공약은 대체로 국민개납주의라는 세법의 대원칙을 훼손하거나, 실현가능성이 낮아서 선거철 반짝 등장했다가 표만 취하고 사라지는 '헛 공약'이 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20대에게 소득세를 걷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아무 말 대잔치에 이어 아무 공약 대잔치를 시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종부세 폐지 공약에 대해선 "부자감세"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며, 정부 방침에 맞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 공약에는 "블로소득 잡겠다던 이재명은 어디갔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여야를 막론하고 감세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서로의 감세정책이 잘못됐다고 꾸짖는 형국인 셈이다. 포퓰리즘이 국가재정의 근간인 조세제도를 흔들고 있다는 비난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 윤석열의 '종부세 폐지' 가능할까

윤석열 후보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율도 인하하고 장기보유 고령층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매각하거나 상속할 때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의 도입을 고려하겠다. 중장기적으로는 아예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개정된 종부세법에 따라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들의 종부세가 대폭 인상될 것이라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윤 후보가 이들의 마음을 달래줄 공약을 기습적으로 내걸은 것이다. 1주택자는 철저히 보호하고 종국엔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윤 후보 공약의 핵심이다.

사실 종부세 폐지 공약은 지난 보수정권 하에서 꾸준히 시도되어 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산세로 종부세를 흡수해 임기 내에 종부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선포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종부세를 재산세와 합쳐 '종합재산세'를 만들고 지방세로 걷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부자감세'라는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 맞서야 했고, 여당이 다수당이었던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종부세 폐지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윤 후보의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종부세 폐지를 반대하는 쪽에선 종부세가 폐지되면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종부세는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게 별도 세금을 부과해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현 시점에서 종부세를 폐지하는 것은 조세정책의 역주행이라는 것이다.

종부세와 재산세의 통합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산세는 토지나 건물 같은 물건에 매기는 세금인 반면, 종부세는 보유자에게 매기는 인별 과세로 성격이 다르다는 것. 아울러 서울과 지방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세금을 어느 지역에 내야 하는 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현재 종부세는 국세로 거두어 지방에 배분하고 있는데, 이를 지방세인 재산세로 더하면 서울과 경기 등 부동산이 비싼 일부 지역에만 재원이 몰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불로소득 환수 외치던 이재명의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내년 1월 1일부터 당장 시행되기로 되어 있다. 여야 모두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미 준비가 완료되었고 과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의 과세 유예 발언은 정치권에 힘을 실어주고 현 정부를 등진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젊은층 표심을 얻기 위한 조세 정책 뒤집기', '자산소득 과세 강화 원칙 훼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점을 1년 유예할 뿐 아니라, 공제 한도를 대폭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조세의 기본은 신뢰다. 납세자인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납세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된 과세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고, 조세저항과 현장의 혼란을 불러오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보는 것이 적정한지, 손실은 이월하지 않으면서 양도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타당한지"라며 "점검해야 할 사항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 후보의 공약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자산소득 과세 강화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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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집권여당이 그나마 상식적인 정부의 방침과 거꾸로 가고 있다"며 "종부세 부자감세에 이어 불로소득에 대한 감세행진을 지속하며 불로소득주도사회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상자산 과세는 문재인 정부 방침이 맞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당연히 세금도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준비 부족이라고 하시는데 국회가 4년 넘게 논의한 것이 준비 부족인 것이 아니라 후보가 준비 부족이 아닌가.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관절 불로소득 잡겠다던 이재명은 어디 가고 대장동 이재명만 남았나. 문재인 정부와 차이를 두려는 무리한 '정권교체 포장술'에 민주당 지지자분들마저 씁쓸해하고 있다"며 "많은 국민들도 과연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진보적인가, 더 민주적인가에 대해서 회의감이 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세법을 바꾸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와 관련된 견해를 다소 강한 어조로 밝힌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의에 "여야가 합의해서 가상자산 과세를 준비했는데 유예를 동의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요 20개국(G20)을 보니 13개 국가는 과세하고 4곳은 준비 중이고 3곳은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취지나 과세의 필요성을 보면 저는 예정대로 과세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 20대는 소득세 내지 말라?

지난 14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연간 종합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20대 근로소득자·사업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를 공약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아무 공약 대잔치"라고 비판했고 논란이 확산되자 선대위는 "검토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 선대위 청년공동본부장을 맡고 있는 장경태 의원은 통화에서 "20대의 소득 사다리가 필요하다"며 "공약을 선대위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대별 가구소득 증감률, 순자산 증감률 등을 보면 전 세대가 오르는데 20대만 떨어지고 있다"며 "20대의 소득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필요한 재원도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필요한 재원은 2019년 기준 20대 총 소득세액인 1조5000억여원 이하일 것으로 선대위 청년본부는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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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 : 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이준석 대표는 즉시 민주당의 공약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다급해진 이재명 후보 측에서 아무 말 대잔치에 이어 아무 공약 대잔치를 시작하고 있다"며 "특정 세대에게 소득세를 완전히 면세하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20대를 고립시킨다. 29세는 소득세가 없다가 갑자기 30세가 되면 소득세를 징세하는 것은 무슨 형태의 공정이냐. 생일선물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이미 소득세에 갖가지 공제 제도를 적용해서 운영하고 있다"며 "아무리 소득세 면세해도 민주당이 수억 원씩 올려놓은 집값을 근로 소득으로 못 모은다. 주택 공급으로 집값이나 낮출 생각 합시다"라고 비판했다.

공정성에도 의문... 국민개납주의 원칙 깨는 포퓰리즘

일각에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 많은 20대는 세금을 안 내고 자산이 없는 30대 이상은 세금을 내야 하는 불공정에 관한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미 저소득층은 각종 비과세·감면으로 실효세율이 낮다는 지적과 ‘국민개납주의’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대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여당은 장 의원 등 민주당 일부 의원의 제안이 확대 해석됐다는 입장이다. 청년본부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은 선대위는 이 구상을 공약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면서 즉시 발을 뺀 것. 민주당 선대위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20대 소득세 비과세는 선대위에서 논의되거나 검토된 바 없다"고 했다. 그저 청년본부 차원의 검토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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