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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의 상속이야기]

경주 최부자댁의 공존과 상생방식

  • 보도 : 2023.06.06 08:00
  • 수정 : 2023.06.06 08:00

사후 기부 약속보다 생전 기부 택해야 하는 이유

기부는 그 자체로 칭송과 감사의 대상

생전 기부… 사후에 비해 세금절약과 효용, 가치 더 높아

조세일보
◆…경주 최부자택 곳간. 쌀독을 곳간 밖에 놓아 두어 쌀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언제든지 일정량을 가져 갈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사진=경주최부자택 홈페이지]
어느 부자가 현자에게 물었다.

"나는 죽은 뒤에 모든 재산을 불우이웃에게 기부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나에게 구두쇠라며 비난을 합니까?"

현자는 암소와 돼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암소와 돼지는 죽어서 고기를 남겨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동일합니다. 그런데 암소는 살아서도 매일 우유를 주어 치즈를 생산하게 하고 짐을 옮길 때 도움을 주기도 하지요. 반면, 돼지는 살아서는 먹기만 할 뿐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어요. 물론 죽어서는 전부를 내놓지만 말입니다."

이 우화는 작지만 생전에 베푸는 것들이 거액을 사후에 기부하겠다는 약속보다 효용과 가치가 더 높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기부자의 평판에 영향을 미치고 감사의 인사가 따라온다.

최근 매체에 여든이 넘은 모 그룹 회장의 선행이 크게 보도되었다. 학폭으로 막내 아들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을 용서한 것은 물론 아들이 다닌 학교에 거액을 기부하여 학교의 명성을 드높인 점을 칭송하는 기사였다.

그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생불이 따로 없네요"

금액의 다과를 떠나 사후에 기부하는 행위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감사의 인사는 공덕비로 남는다.

생전 기부는 절세에 도움이 된다.

유언을 통해 5명의 조카들에게 각각 1억원씩 총 5억원을 물려주기로 약속(유증)한 경우를 보자.

이 유증액은 망자의 다른 상속재산과 합산하여 과세가 된다. 최고 세율 50%가 적용되면 1인당 1억원의 절반인 5천만원만 물려 받을 수 있다.

반면 생전에 5명의 조카들에게 각각 1억원씩 증여하게 되면 대략 인당 1천만원 미만의 증여세가 부과된다. 1억원 중 9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각각의 조카들이 10년 이내에 망자로부터 다른 재산을 증여받은 사실이 있다면 그 재산과 합산하여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기부는 생전에 하든 사후에 하든 가치 있는 일이다. 지금 작은 것을 줄 수 있어야 나중에 큰 것도 줄 수 있다. 지금 아무것도 주지 않는 사람은 죽어서도 움켜쥐려 할 가능성이 높다.

1568년부터 약 400년 간 만석꾼의 부를 지켜오면서도 사회의 존경을 받아온 '경주최부자댁'은 일상 속에서 공존과 상생의 방식을 잘 보여주었다.

주변 100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선조의 훈육을 대대로 지켜온 경주최부자댁은 일제강점기에는 임시정부에 독립군자금의 절반 이상을 제공했고, 해방 이후 전 재산을 영남대(전 대구대) 설립 기금으로 헌납하고 전설로 남았다.

이왕 기부를 한다면 작은 금액부터 생전에 하는 것이 좋겠다.

법무법인 원
정찬우 고문

[약력]성균관대 법전원 법학박사, 동국대 객원교수, 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
[저술]통일세 도입론/상속세 및 증여세법 해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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