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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시대에 역행하는 조세심판원.. "존재이유 사라질 수도"

  • 보도 : 2023.05.30 07:00
  • 수정 : 2023.05.30 10:47

조세심판원, 심판관회의 '상임2·비상임2'→'상임2·비상임1'으로 변경

관료 목소리 커져.. 국고주의적 결정 가능성에 우려 나와

심판원 "비상임은 시간 부족.. 면밀히 분석 후 전면 확대 검토"

전문가들 "구제기관으로서 역할 약화.. 심판원의 존재목적 잊지 않았으면"

조세일보
◆…세종시에 위치한 국무총리 조세심판원.
 
조세심판원(이하 심판원)이 심판관회의에 참석하는 심판관 수를 조정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심판원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비상임심판관의 수를 관료로 구성된 상임심판관 수보다 적게 조정했는데, 이로 인해 심판원이 '국고주의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심판원이 지난달 발표한 '납세자 권리보호 강화방안'에 따르면 심판원은 상임심판관 2명·비상임심판관 2명 등 4명의 조세심판관이 참석하는 심판관회의 구성인원을 상임심판관 2명·비상임심판관 1명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4명이 심판을 할 경우 동수(2:2)로 나뉠 수 있어, 의결이 보류될 가능성이 크고, 의결이 늦어지면 납세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이유에서다.

구성인원 변경은 이달부터 소액심판부를 대상으로 시범실시되고 있는데, 다음 달에는 개방직 상임심판관이 주심인 일반심판부(4심판부)에서도 시범실시될 예정이다. 심판원은 시행성과를 분석해 그 결과에 따라 전면 실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판원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지침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3일 열린 납세자의 날에 참석해 국세청장과 조세심판원장에게 신속한 조세불복절차를 주문했고, 이후 1개월여 뒤 심판원이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한 것. 대통령이 세부적인 지시까지 내리진 않았지만,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직접 황정훈 조세심판원장에게 이와 관련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관계자에 따르면 심판관회의에서 동수(2:2)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심판결정 지연요소 중 하나로 지목됐고, 결국 구성인원을 홀수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상임2:비상임1'의 구도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심판원은 "신속한 사건처리를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간 심판관회의에서 가부동수로 인해 의결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어서 신속한 분쟁해결이라는 조세심판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조세심판관회의 구성인원을 변경하게 된 것"이라며 "덧붙이자면, 심판관회의 구성인원을 3인으로 했었던 2000년 이전에는 가부동수로 인한 의결지연이 발생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표한 납세자 권리보호 강화방안에는 심판관회의 구성인원 조정 외에도 사건 배정횟수 확대(2주 1회→1주 1회), 당사자 항변기회 축소, 조정검토기간 단축(30일→20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납세자들 "국고주의적 결정 커질 것" 우려
"이번 심판원의 결정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
 
심판원은 '납세자 권리보호 강화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대책을 발표했지만, 일각에선 심판관회의 구성인원 조정에 대해 납세자의 권리를 오히려 약화시키는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짝수에서 홀수로 심판관 수를 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하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비상임심판관 수를 줄였어야 했냐는 지적이다.

심판원에 상임심판관은 현재 총 8명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국세청과 기재부 등에서 근무한 정통 관료다. 한편, 비상임심판관은 교수·변호사 등 조세분야의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다. 공무원과 민간의 적절한 비중으로 심판관을 구성,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결정을 견제하고자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심판원 홈페이지에 보면 아직도 비상임심판관은 심판관회의에 상임심판관과 동수 이상의 인원이 참여한다고 되어 있다. 종전의 결정을 변경하거나 필요한 경우 열리는 조세심판관 합동회의도 심판원장과 상임심판관 전원 및 원장이 지정하는 상임심판관과 같은 수 이상의 비상임심판관이 참여해 합의제로 심판결정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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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조세심판원 소개 화면 캡쳐.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임심판관의 수를 많게 한 이번 심판원의 결정에 대해 일각에선 국고주의적 결정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판결이 애매할 경우에는 국민이 유리하도록 하는 게 모든 판결의 원칙이다. 하지만 심판원은 이번에 관료로 구성된 심판관의 수를 민간보다 많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납세자의 입장이 아닌 행정부의 입장에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과거에도 3명의 심판관이 회의에 참여할 때가 있었는데, 당시엔 민간심판관이 2명, 관료심판관이 1명이었다. 이번 심판원의 결정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결은 조금 다르지만, 납세자가 제기한 조세불복 안건에 대해 세무서 및 지방국세청에서 심의하는 기구인 국세심사위원회는 내부위원(국세공무원) 3명과 외부 민간위원 4명으로 민간위원이 더 많게 구성된다. 심판원의 가장 중요한 설립 취지가 납세자 권리 구제인데, 민간 심판관을 줄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결과는 모르겠지만 만약 행정소송에서 납세자 승소로 뒤집히는 경우가 과거보다 늘어나면, 납세자 구제를 위해 존재하는 심판원은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그 존재이유가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판원 "비상임은 사건 검토할 시간 충분치 않아"
"상임심판관 의식수준 높아 걱정할 필요 없어"


한편, 심판원은 비상임심판관이 사건을 검토할 충분한 시간이 없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조세심판에 있어서 비상임심판관 제도는 외부의 전문성을 활용하고자 도입된 것"이라며 "그러나, 비상임심판관은 전문성이 있지만, 다른 직업에 종사하면서 부차적으로 사건을 검토하기 때문에 상임심판관에 비해 사건 검토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특히, 최근 납세자의 권리의식이 향상되고 심판사건이 복잡·다기화되어 청구건수가 양적·질적으로 급증한 상황인데, 비상임심판관이 모든 사건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해 심판관회의의 구성인원을 4명에서 3명으로 줄이되, 비상임의 참여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비상임의 참여시에도 보다 충실한 사건검토를 통해 책임성을 강화함으로써 납세자 권리보호에 충실을 기하고자 비상임심판관 수를 2명에서 1명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고주의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심판원 관계자는 "심판결정이 국고주의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와 관련해서, 납세자 권리보호에 대한 상임심판관들의 높은 의식수준과 언론·국회·감사원 등의 외부 통제를 감안할 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심판관회의 구성변경이 납세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아니 되므로, 3인 심판관회의 시범실시 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후 일반심판부로의 전면 확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심판원의 존재목적은 납세자의 권리보호"
"상임심판관을 1명으로 해야"


전문가들은 심판원의 결정에 반대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17년 비상임심판관으로 임명된 바 있는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심판원의 존재목적은 납세자의 권리보호다. 비상임심판관이 줄어들면 부당한 처분에 대해 해석이 좁아질 가능성이 높고 그 점이 제일 우려가 된다"며 "숫자가 어떻게 조정되든 간에 기본적으로 심판원의 존재목적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임심판관이 2명이고 비상임심판관이 1명이면 얼마든지 국고주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비상임을 1명 둔 것은 형식적으로 포함한 것에 불과해 진다"며 "부당한 처분에 대한 구제절차가 상대적으로 좁아질 것이다. 물론 심판원의 판단절차는 빨라지겠지만 심판원의 존재 목적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심판원의 결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홀수로 심판관 수를 조정하는 것에는 찬성하나, 상임을 1명으로 줄이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심판관 수를 3명으로 하는 건 이해가 된다. 보통 의사 결정을 위해 홀수제로 운영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상임심판관을 2명으로 하는 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초안의 대부분은 조사관을 통해서 정제돼 올라오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들은 비상임심판관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비상임이 1명이 된다는 건 납세자들이 심판관 또는 조사관 의견대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므로 납세자 구제 기관으로서 역할이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비상임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건 잘못됐고, 오히려 상임을 1명으로 해야한다. 그렇게 되면 납세자 구제기관으로서 납세자 목소리를 반영하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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