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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세법개정안 진단]

가업승계 걸림돌 상속세, '마지막 대못' 못 뽑았다

  • 보도 : 2022.08.03 07:00
  • 수정 : 2022.08.03 07:00
조세일보
◆…우리나라 상속세 과세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세금 부담이 과중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2년 세법개정안'에는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늘리는 내용이 담겼는데, 상속세 과세방식과 세율을 조정하는 내용은 빠져있다.(사진 연합뉴스)
창업주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제 가업 승계는 숙명 같은 과제로 여겨진다. 가업 승계는 단순히 자식들에게 경영권 지분을 넘기는 일이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고유 기술·노하우를 물려주는 작업이다. 이 때문에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은 국가 경제성장에 좋지 못한 신호임은 분명하다. 가업 승계와 관련된 걱정은 주로 '막대한 조세 부담'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세계적으로 높기로 유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명목 최고세율로는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50%다. 경영계에서는 "가업을 물려주려 하다 보니 내야 하는 세금 부담이 커, 그 세금을 다 내고 나면 회사가 온전할까"라고 우려한다. 

새 정부에서는 '친기업' 기조를 고스란히 조세정책에 담았다. 가업을 물려주는데 있어 기업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공제금액을 확 늘린 것이다. 할증세(주식가치 20% 가산)가 적용되는 대상은 대기업으로만 좁혔다. 정부는 이러한 감세로 기업의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혜 대상인 기업의 대다수는 가업 승계 계획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소수 상위 기업 대주주에게 혜택을 주려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조치가 기업의 숨통을 텄음에도 여전히 가업 승계를 막고 있는 결정적인 걸림돌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인식도 짙다. 50%가 넘는 '징벌적' 상속세율은 전혀 건드리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세율이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아 사실상 증세를 해왔다는 점에서, 상속세율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업상속공제 개편…대상 늘리고, 요건 문턱도 낮춰
조세일보
정부의 세법개정안(지난달 21일 발표)에 따라 가업상속공제의 공제 한도가 현행 최대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오른다. 가업 유지 기간별 공제액을 각각 두 배로 올려 ▲10년 이상∼20년 미만이면 400억원 ▲20년 이상∼30년 미만이면 600억원 △30년 이상이면 1000억원이 공제된다. 현재 중소기업과 매출액 4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에만 적용하던 것도, 앞으로는 매출액이 1조원을 넘지 않으면 적용대상에 넣는다. 

공제 혜택을 받은 상속인은 지금은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에서만 업종을 바꿀 수 있지만 이를 '대분류' 항목으로 넓히기로 했다. 예컨대 부모의 양조장을 물려받으면서 상속공제를 받았다면 지금은 음료수 제조업만 해야 하지만, 앞으론 다른 제조업 분야로도 진출할 수 있다.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의 업종과 고용 등 사후관리 기간도 현행 7년에서 5년으로 줄여준다.

그간 깐깐한 요건으로 가업상속공제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2020년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는 건수는 연평균 92.8건, 총 공제금액은 2866억원 수준이다. 반면 가업상속공제제도가 활성화된 독일은 연평균 9995건, 공제금액 146억유로(한화 약 19조4000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세제 개편에 대해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경쟁력 있는 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대주주 보유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세율을 가산하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가 완화된 부분도 특징으로 꼽힌다.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추가과세 시 상속세 세율이 최대 60%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할증평가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에 속하는 기업에 대해서만 할증평가(20%)가 적용된다. 정부에 따르면 OECD 대부분 국가는 할증평가 제도가 없다. 이런 규정이 있는 미국·독일의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하진 않고 있다. 가업 승계를 받은 상속인이 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상속세를 유예할 수 있는 제도(상속세 납부유예)도 생긴다. 상속인은 가업상속공제와 납부유예 중 택일할 수 있다.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업승계가 원활히 이루어져 지속가능한 경영을 함으로써 국민경제에 기여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확대한 점은 바람직하다"며 "또 기업승계 시 상속세 및 증여세 납부유예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선택권을 넓혀 준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위 5.3% 기업 대주주에게 혜택"…우려 목소리, 왜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이 시장원리에 맞지 않고 자산격차 문제 해결에도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제도 수혜자가 원하지 않는 정책을 정부가 추진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에 새롭게 대상이 되는 중견기업의 수는 2020년 기준 292개로, 이는 전체 중견기업 중 5.3%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제도개편에 따라 혜택을 보는 중견기업 대주주는 가업 상속을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실시한 조사에선 중견기업의 77.5%는 '가업 승계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미 중견기업의 92.8%가 가업상속공제 대상인 상황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중견기업 대주주가 상속세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개편안은 상위 5.3%의 기업 대주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세제개편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 운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 기업이 상속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기본적으로 시장원리에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주주 주식할증평가 제도의 대상기업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축소하려는 부분도 문제 삼았다. 시장에서 경영권 가치를 인정해 기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만큼, 상속세를 계산할 때 해당 가치를 반영해 평가하겠다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2014~2018년 한국의 경영권 프리미엄 현황을 보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해당 기업의 시장가격과 비교해 49~68%에 달한다. 현재 보유지식에 대한 할증평가를 20%로 실시하는 것은 이미 혜택을 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경영권 프리미엄 존재를 인정한다면 상속증여시 경영권 이전에 따른 주식 할증평가는 합리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개편안은 경영권의 상속증여시에는 시장원리에는 다르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징벌적 상속세율' 언제까지 이대로 둘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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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최고세율은 OECD 중 일본에 이어 2위 수준이다.", "상속세를 운영 중인 OECD 23개국 중 4개국(한국 포함)만 유산세 방식이다."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을 설명하는 자료에 이런 글을 적었다.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끔 조세제도를 운영하겠다는 말도 함께였다. 이러한 논리로 '법인세 인하(최고세율 25→22%)'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상속세율을 건드리거나 과세체계를 고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여전히 높은 세율이 유지되면서 기업을 승계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세율의 높고 낮음을 떠나 상속세는 고인이 생전에 소득세를 냈던 소득이 모여 또다시 과세표준(세금일 매기는 기준액)이 된다는 점에서 이중과세 논란을 안고 있다.

OECD 회원국 37곳 중 14곳은 아예 상속세 제도가 없다. 상속세 제도를 갖고 있는 23개국 중 유산세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미국·영국·덴마크 등 4개국뿐이다. 한국 상속세 제도는 국제적 흐름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상속세율도 한국이 높은 편에 속한다. 한국의 상속세 법정 최고세율(50%)은 일본(55%)에 이은 세계 2위지만 최대주주 할증과세(주식 상속 시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OECD 평균은 26.8%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속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은 1999년 이후 한번도 조정되지 않아, 사실상 증세해왔다는 점에서 조속히 상속세를 하향조정하는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속세 과세방식도 논란거리다. 현재의 유산세 방식은 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따라 조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응능부담원칙'에 위배될 수 있단 지적이 적지 않아서다. 증여세는 취득세 방식(수증자의 증여받은 자산 기준)을 택하고 있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받은 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달 세제개편 브리핑에서 "우선 내년에 상속세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개편을 하려고 한다"며 "이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을 하면서 적정한 상속세 부담체계에 관해서 전면적인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공동상속의 경우 유산을 먼저 각자의 상속분에 따라 분할·계산하고, 각자의 상속분에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구조다.

일각에선 '자본이득세’ 체계를 대안 중 하나로 꼽는다. 생전에는 높은 소득세율로 과세하면서 무상 이전되는 자산에 대해 과세하는 것인데, 부모가 1000원에 자산을 산 후 1500원에 이를 자식에게 넘기면 차액인 500원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방식이다. 윤태화 교수는 "상속세의 자본이득 과세로의 전환 등 국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이지만 특정 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논의해 바람직한 방향을 도출하게 되면 국민적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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