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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불붙은, 정유사 '초과이익 환수' 논란

  • 보도 : 2022.07.04 11:19
  • 수정 : 2022.07.04 12:25

정부, 가격 담합 등 불공정거래 여부 조사

여야 구분 없이 초과이익 환수 논의 시작

"자칫하단 기업의 투자의지 꺾을 수 있어"

업계 "재고 이익이 많이 잡힌 것…유가 하락하면 손실"

조세일보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6월 다섯째 주(6.26∼30)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21.9원 오른 L(리터)당 2137.7원으로 집계됐다. (사진 연합뉴스)
최근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정유사에 '초과이익 환수' 조치를 시행하자 국내에서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유가에 정유사의 이익이 크게 늘자 고통분담 차원에서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13.4달러(약 14만7000원)였다. 최근 10년 사이 최저점이었던 2020년 4월 22일 13.52달러에 비해 739% 뛰었다.

같은 기간 국내 전국 평균 보통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ℓ) 1534원에서 2121원으로 38.2% 올랐다. 경유도 1332원에서 2153원으로 61.6% 급등했다.

정부는 유류세 30% 인하에도 석유제품 가격이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자, 지난달 27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를 주축으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정유업계의 담합 등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유류세 인하분이 정유사 공급가격과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고 있는지, 유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지는 않았는지 등을 확인하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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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오전 유가 폭등 대책 마련을 위해 서울 양천구 양천현대셀프주유소를 방문,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치권도 여야 구분 없이 정유사 초과이익 환수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뒤 23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힘을 보탰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4조766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2조5079억원이나 늘은 것.

이는 정제 마진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이란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생산하면서 원유가격과 수송비 등 원가를 제외하고 남긴 차익으로 고유가일수록 마진이 커진다. 보통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점이나 최근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24달러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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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석유제품 출하장 (사진 연합뉴스)
다만 정유사의 높은 이익 때문에 초과이익을 환수하면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이중과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은 머니투데이에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통제 아래 민간기업에 부담 떠넘기기, 정부 주도 재정보조 등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정부 의도와는 달리 투자 축소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영선 전 관세청장은 "기업에 대한 초과이익 과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에서 적용된 바 있다"면서도 "지금은 전시나 국가재난과 같은 급박한 상황으로 볼 수 없는 만큼 초과이익 과세에 대해 국민이나 시장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업계에선 해외랑 한국은 상황이 서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초과이익 환수는 매장된 석유·가스를 개발하는 업체에 해당하는데, 한국 정유업체는 개발이 아니라 정제한다"며 "개발 비용은 정제 비용보다 매우 싸기 때문에 개발 업체는 정제 업체보다 많이 남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유 도입 시점부터 유가가 올라, 재고관련 이익이 많이 잡혀 수익이 많이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곧바로 재고 손실로 이어진다"며 "정유사 입장에서도 (고유가 상황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의 초과이익 환수 상황에 "영국은 석유·가스 개발에 투자할 경우 세액을 99% 환급하는 것"이라며 "그 목적 자체가 공급 증대를 통한 가격 하락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섣불리 정유사에 초과이익 환수를 하기보다는 여러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KEEI) 에너지산업연구본부장은 "초과이익 환수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종합적으로 공론화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본부장은 "도입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걷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정유사가 과거 사례처럼 큰 손실을 맞게 된다면 손실보전과 같은 정부의 지원책이 있는지, 자동차나 다른 산업군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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