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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민주주의와 독재' 중에 누가 더 잘할까?

  • 보도 : 2020.06.10 06:00
  • 수정 : 2020.06.10 06:00

조세일보

◆…전 세계 코로나19 현황 (출처 존스홉킨스 대학교)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대처는 그 '국가의 역량'과 '경제적 불평등'에 따라 달라지며, '민주주의와 독재' 같은 정치 체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마우로 길렌 경영학 교수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와튼스쿨 지식 공유사이트에 기고했다.

연구 제목은 '팬데믹의 정치(학): 민주주의, 국가 역량, 경제적 불평등'으로 길렌 교수가 1995년부터 전염병이 발병한 146개국을 추적해 전염병 발생 시 민주주의, 국가 역량, 소득 불평등이 주는 영향을 분석한 최초의 연구이다.

길렌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명성, 책임성, 국민 신뢰가 있으면 전염병 확산 정도와 치명률을 낮출 수 있고 대응 시간도 줄이며, 공중 보건 조치에 대한 국민의 준수 정도도 높일 수 있다”고 전하며 그러나 “민주주의 그 자체가 전염병 발생 가능성과 치명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논문에 따르면, 불평등이 전염병 발생 빈도와 규모를 결정한다. 사회 경제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일터에 가야 하므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택 대피령 같은 전염병 억제 정책을 따르기 힘들다. 반면 강력한 국가와 정부는 대다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교수는 “국가 역량은 전염병 발생과 그 악영향을 막는 보호막이나 경제적 불평등은 이 보호막을 갉아먹는다”고 설명했다.

우수 방역 국가에서 발견된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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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방역국으로 꼽히는 국가들의 일별 확진자 현황 (출처 WolrdOmeter)

길렌 교수는 “이번 연구 분석의 첫 번째 핵심으로 정부가 국가 재난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 역량, 필수적인 국가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밝히며 “국가 역량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국가들은 집권당과 관계없이 유능한 정부(행정부)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요소를 더 가질수록, 사망자와 감염자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핵심으로 “다른 어떤 것보다 불평등이 수많은 희생을 낳는다”고 강조하며 “대체로, (팬데믹 대응에) 민주주의와 독재 같은 정치 체제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이 지나치면 사람들은 식량이 부족하고 의료체계에 접근할 수 없으며, 저축과 다른 미래자원을 준비할 수 없다”고 전하며 “팬데믹 상황에서도, 이들은 계속 일해야 하며 대중교통도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는 이들과 먼 이야기이며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팬데믹, 국가마다 다른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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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독재국가이자 가난한 국가인 콩고에서 에볼라 퇴치 활동을 하던 세계보건기구 요원들이 무장단체의 공격에 사망했다. (사진 연합뉴스)

길렌 교수가 팬데믹에 관심을 보인 이유를 “전 세계가 같은 팬데믹을 겪으면서도 서로 다른 상황을 겪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팬데믹이 전 세계에 시차를 두고 퍼지긴 했으나 각 국가의 정부와 국민마다 폭넓은 반응 차이를 보인다”고 전했다.

교수는 “특히, 정치가 이런 위기 상황에 얼마나 국가를 효과적으로 움직이는지 관심 있게 봤다”고 말하며 “(팬데믹 관련 논쟁에서) 정치 체제에 따른 상대적 능력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길렌 교수는 팬데믹을 둘러싼 '세 가지 논쟁점'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민주주의가 보건 위기에서 독재보다 더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이다. 교수는 '독재'라는 용어를 전체주의와 권위주의를 포함한 여러 가지 형태의 비(非)민주주의를 가리키기 위해 썼다. 두 번째는 정부가 보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필수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이다. 마지막 논쟁점은 경제적 불평등이 어떻게 점수가 좋은 국가보다 더 가혹한 결과를 일으키는지이다.

길렌 교수는 정부 형태가 보건 위기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 역량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살펴봤다.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것과 국가 역량을 갖추는 것에 관계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어떤 아프리카 민주주의 국가는 신생국이고 가난한 편이라 강력한 정부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에볼라, 말라리아 같은 수많은 전염병이 개발도상국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모습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독재체제인 가난한 국가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교수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력한 정부 프로그램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독재체제에서 국민은 보통 정부의 전염병 대책을 신뢰하지 않기까지 해,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구는 인구가 많은 국가가 전염병에 보통 더 취약하고 이를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런 국가들은 전염병 발병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길렌 교수는 일본, 싱가폴, 네덜랜드처럼 매우 부유하면서도 인구가 많은 국가를 가리키며 “이들 국가는 부유해 매우 강력한 정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어 전염병이 (대개)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크게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판단하기 너무 이르다”고 말하며 “한국, 대만과 싱가폴은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역량과 강력한 정부 프로그램을 가진 얼마 되지 않는 국가라 눈에 띈다”고 밝혔다.

교수는 이어 “이 국가들은 부유하면서도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겪으면서 반면교사 삼았기에 공중 보건 프로그램이 강력해질 수 있었다”고 전하며 “정부 형태보다 국가 역량과 공중 보건 프로그램의 강력함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길렌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대만과 아이슬란드는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가 낮았다. 이런 발견은 경제적 불평등이 클수록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더 크고,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국가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그의 연구를 뒷받침한다.

다른 한쪽 끝은 남유럽의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국가 역량이 부족해 팬데믹으로 많은 희생을 치렀다. 연구에 따르면, 민주주의 체제와 팬데믹 대처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교수는 “이 국가들은 팬데믹에 체계적으로 전혀 준비하지 못했고 다른 유럽국가들도 자원이 부족한 상태”라고 전하며 “남유럽은 북유럽과 중부 유럽보다 경제적 불평등이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교수는 이어 “민주주의가 일반적으로 도움이 되는데, 정부로써 팬데믹 대처에 국민의 신뢰를 더 얻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그러나 강력한 정부 자원과 역량이 없으면 곧 약점이 된다”고 전했다.

누가 더 낫나? 독재정권 vs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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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코노미스트의 민주주의 지수 지도 (출처 위키피디아)

연구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독재보다 위기에 상대적으로 잘 대처했으나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 교수는 “전염병을 억제하기 위해 국민의 희생이 요구될 수 있다”고 말하며 “독재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검역과 방역 조치를 '더 강력하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주의 투명성은 보건 위기에 대한 대응과 국민의 신뢰와 협력을 빠르게 이끌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실시한 1960년 이후의 전염병 연구 결과 민주주의가 독재보다 더 사망률이 낮았다. 이런 사실을 고려해볼 때, 기렌의 연구는 민주주의가 구조적으로 독재보다 전염병 대처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기렌 박사는 민주주의 정부가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제약이 있고 복수 정당이 있으면 이해관계에 따라 절충해야 해 최적의 대응책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에 동의하며 “이는 민주주의의 약점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박사는 이어 “반면, 민주주의에선 정부가 투표로 선출될 수 있다”고 말하며 “정부는 적어도 국민 과반의 지지를 받길 원하므로 대다수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하며 “대다수 독재정권은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핵심 단체에 지원금을 보내 정권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연구는 몇 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다. 박사는 소득 불평등이 큰 국가에서 많은 사람이 생계 때문에 일터로 가야 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따르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영향을 주지 않아 놀랬는데, 민주주의 국가가 (소득 불평등이 큰) 독재 정부보다 국민의 신뢰를 더 받기에 시행하기 수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박사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지침 준수에 관해 민주주의와 독재에서 아무런 차이를 (결과적으로)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기렌 박사는 마지막으로 “갑작스럽게 팬데믹에 직면한 국가들은 정부 역량이나 경제 회복력, 경제적 불평등을 하룻밤 사이에 개선할 수 없으므로 국제 협력을 통해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며 “국제 협력을 이끌 수 있는 세계보건기구가 (미국에) 공격받고 있는 상황은 불행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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