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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기다린 관세청 고위직 인사, 왜 '회전문'으로 끝났나

  • 보도 : 2015.03.10 09:40
  • 수정 : 2015.03.10 09:40
 

 

◆…2년의 침묵을 깨고 관세청 고위직 인사가 단행됐다. 총 10명이 자리를 이동했지만 차장의 명퇴에 따른 후속인사만 이루어졌을 뿐 특별할 것이 없다는 평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특히 본부세관장들의 '회전문식' 수평이동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관세청 고위직 인사가 단행됐다.

관세청은 10일 지난 9일 명예퇴직한 천홍욱 차장의 후임으로 이돈현 기획조정관을 임용하는 등 총 10명의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그동안 관세청은 백운찬 전 관세청장이 지난 2013년 4월 부임 직후 짜놓은 판을 2년여 동안 유지해왔다. 김낙회 관세청장이 지난해 7월 부임했으니, 새 관세청장이 온 후 무려 8개월 만에 고위직 인사가 단행된 셈이다. 

인사권자인 수장이 교체되면 조직은 소위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새판을 짜는 것이 보통이다. 이른 시일 내에 자신과 색깔이 맞고 호흡을 함께 공유할 사람을 등용해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고 수장을 중심으로 한 친정체제를 갖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보단 안정을 추구하는 성격으로 알려진 김 관세청장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한동안 고위직 인사를 망설였고, 결국 천홍욱 전 차장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이후 후속 인사를 단행했다.  
 
□ 허무한 '회전문' 인사…결국 한자리 남은 고공단 = 관세청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장고(長考) 끝에 나온 인사 치곤 싱겁다 못해 허무하기까지 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천홍욱 전 차장의 빈자리를 메우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였던 서울·인천공항·부산·인천 본부세관장들은 앞에 달린 지역 이름만 교체한 채 본부세관장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수평이동으로 이른바 '회전문' 인사를 단행했다는 얘기다.

본청의 경우 신임 이돈현 차장(전 기획조정관)의 빈자리는 정일석 심사정책국장이, 정일석 국장의 자리는 이찬기 통관지원국장이 각각 채우는 것으로 간단히 마무리됐다.

정재열 서울본부세관장은 부산본부세관장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서윤원 인천공항세관장은 서울본부세관장이 됐다. 박철구 인천본부세관장은 인천공항세관장이 됐으며, 차두삼 부산본부세관장은 인천본부세관장이 됐다.

대구본부세관장으로 주시경 전 관세국경관리연수원장이 새로운 인물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서울·부산·인천공항·인천 세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인사적체 극심하지만…'백수'되기는 싫어요" =  관세청은 왜 이 같은 '회전문 인사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을까. 관계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세월호 사고로 비롯된 '관피아 방지법'을 꼽는다.

지난해 관피아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명퇴 후 재취업이 어려워진 고위직 인사들이 쉽게 퇴직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위직 TO가 많지 않아 인사적체가 심한 조직의 특성상, 임기보다 2~3년 일찍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아름다운(?) 관행으로 여겼던 관세청. 후배들의 앞길을 터주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었지만 고위직 인사들에게는 명퇴 후 재취업에 대한 보장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였다.    

관세청의 대표적인 유관·산하기관은 한국관세사회, 한국관세무역개발원, 한국관세물류협회, 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 국제원산지정보원, 케이씨넷, 한국AEO진흥협회 등이다. 하지만 관피아 방지법으로 인해 이들 유관기관에 대한 재취업 길은 대부분 막혔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청에 명퇴 관행이 존재하지만 재취업이 막힌 상황에선 누구라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며 "밖에 나가면(퇴직 하면) 아무 것도 할 게 없는데 윗사람이고 아랫사람이고 퇴직을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분위기면 앞으로 관세청 고위직에서 명퇴 문화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그 신호탄이 이번 인사를 통해 쏘아진 것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에 대해 "모범을 보여야할 고위직 인사들이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후배들 앞길을 막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특히 서기관급 일선 세관장들의 명퇴는 관행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고위직 인사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기관급 명퇴자는 총 5명으로 채광률 안양세관장, 양양승 성남세관장, 김황수 수원세관장, 남종우 안산세관장, 박도희 광양세관장이다. 이들은 모두 비고시 출신으로 '제2의 인생'에 대한 두려움(?) 없이 모두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인재가 없어서?…비고시 출신으로 눈 돌릴 적기" = 한편 관세청 고위직 인사가 이 같이 단행 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인재풀'이 적어 후속 인사에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행시 출신 고위직 인사들의 기수 격차가 크게 벌어져, 대체 인물을 찾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현재 관세청 고공단(TO : 15명)은 총 14명(고공단 가급 1명, 고공단 나급 13명). 이 가운데 서정일 국경관리연수원장(7급 공채)을 제외하곤 13명이 모두 행정고시 출신이다. 

행시기수를 살펴보면 문제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26회 1명(정재열 부산세관장), 27회 3명(김낙회 관세청장, 서윤원 서울세관장, 차두삼 인천세관장), 29회 1명(이돈현 관세청 차장), 30회 2명(정일석 기획조정관, 박철구 인천공항세관장), 36회 2명(노석환 조사감시국장, 이명구 FTA국장), 37회 3명(주시경 대구세관장, 김재일 광주세관장, 김광호 정보협력국장), 38회 1명(이찬기 심사정책국장)으로 31회~35회 사이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행시 31~35회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금의 명퇴 대상 고위직 인사들이 물러나면 이들의 자리를 채워 줄 인재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쉽지 않았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편 이에 행시 출신 인재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눈을 돌려 비고시 출신 인재를 적극적으로 중용하면 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청에선 '숨만 쉬고 있어도 행시 출신이면 고위직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행시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경력과 실력을 동시에 갖춘 비고시 출신 인재들을 발탁하는 것도 관세청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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