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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가맹점 세금전쟁]

②"세금추징 땐 80% 폐업…집단불복사태 불가피"

  • 보도 : 2013.11.27 08:40
  • 수정 : 2013.11.27 10:48

 

파리바게뜨

◆…서울의 한 지하철 역 앞에 있는 파리바게뜨 가맹점. 오전 내내 손님이 없다가 점심시간이 돼서야 손님이 한 두명씩 찾았다. 인테리어 리뉴얼을 해야하지만 여력이 되지 않아 근근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전등이 깨지거나 타일이 깨진 것 등도 보수할 여력이 없어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겨울을 재촉하는 빗방울이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25일 오전, 그나마 사람이 많이 다니는 서울의 한 지하철역 앞에 있는 파리바게뜨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진열장 빼곡히 놓여진 빵과 케익이 무색할 정도로 손님은 단 한명 뿐이었다. 

계산대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 2명과 빵을 굽는 직원까지 3~4명이 일하고 있었지만 가맹점주 A씨는 그릇을 닦고 청소를 하며 직접 일을 하고 있었다.

"요즘 걱정이 많아 잠을 잘 못 잔다"는 말로 운을 뗀 A씨(서울 성동구 가맹점 운영)는 "매장이 깨끗하고 넓어 좋아보이지만 겉만 번지르하지 실상은 먹고 살기가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A씨가 이렇게 호소하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국세청 개인납세국이 최근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대상으로 누락된 매출이 있다며 사업자들에게 세금(소득세, 부가가치세, 가산세 등) 수정신고를 권장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의 매출액과 실제 신고된 매출액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가맹점들이 매출을 누락해 신고했다고 보고 과거 2~5년 전 매출분에 대한 세금을 추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과세규모나 기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지만 몇년치 세금을 한꺼번에 부과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가맹점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장사도 잘 안되는 판에 생각지도 못한 거액의 세금까지 내면 그 동안 피땀흘려 일구어 놓은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어 가맹점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교차로 꼬리물기, 금연구역도 계도기간 있는데…"

지난 7월 150㎡ 이상 식당들은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바로 전면금연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 담배를 피우려는 손님과 식당주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계도기간이 있었다는 이유로 단속에 들어갔고 식당주인들은 어쩔 수 없이 그에 따라야 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이 억울해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계도기간도 없이 자신들을 마치  엄청난 탈세를 자행한 탈세범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B씨(서울 중구 가맹점 운영)는 "이 장사를 5년 동안 하면서 불성실신고 안내문을 받은 적도 한 번 없다. 세법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이 죄라면 죄이겠지만 세무사에게 다 맡기고 세무사가 내라는대로 냈다"며 "그런데 느닷없이 억대의 세금을 내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 매장을 여는데 전재산을 다 털어 2억5000만원을 들였는데 억대의 세금을 어떻게 내느냐"라고 울먹였다.

C씨(경기 일산 가맹점 운영)는 "금연구역 시행도 계도기간을 준다. 그런데 그동안의 관행을 무시하고 어마어마한 금액의 세금을 추징하는데 계도기간 없이 바로 집행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엇이 잘못됐으니 다음부터 성실신고를 하라고 계도기간을 주고나서 실행이 안될 때 추징하는 것이 타당하지 몇년 전 것까지 한꺼번에 추징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파리바게뜨

◆…계산대에 놓여져 있는 POS 옆에 진열된 케익들. POS는 손님들이 고른 물건을 바코드로 찍거나 입력해 결제해주는 시스템으로 가맹점주들은 POS를 물량주문 시스템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과세 강행하면 80%가 폐업" 우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는 세금 몇년치를 한꺼번에 부과하면 대부분의 가맹점이 문을 닫아야 될 정도로 심각해진다는 것이었다.

국세청이 아직 정확한 과세기준을 밝히고 있지 않아 과세규모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지방 소재 일부 파리바게뜨 가맹점이 통보받은 부가세 수정신고 규모에 견줘보면 가맹점 당 최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3억원의 세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를 들어 POS에 찍힌 연 매출이 10억원이고 실제 국세청에 신고한 매출금액이 9억원이라고 한다면 1억원 차액에 대한 부가세를 부과하게 된다. 부가세율이 10%이기 때문에 1000만원만 추가 납부하면 되지만 가산세와 소득세 등을 합치면 차액의 50~60%(5000~6000만원)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소견이다.

현재 파리바게뜨에 대한 추가 과세는 2011~2012년 2개 사업연도에 대해 부과할 것으로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가맹점 당 납부해야 될 세금이 1억~3억원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잘 버는 만큼 세금을 낸다면 상관없겠지만 문제는 넓은 매장과 높은 매출에 비해 마진율은 상당히 낮다는 것이 가맹점주들의 입장이다. 낮은 마진율 때문에 가맹점협의회는 가맹본부(본사)와 마진율 제고를 위해 협상에 들어갔지만 협상을 시작하자마자 국세청의 '과세폭탄'이 터졌다.

상위 가맹점들의 매출규모를 보면 가맹점의 평균 1일 매출 400만원으로 월 1억2000만원이지만 마진율이 35% 정도이기 때문에 판매수익은 월 4200만원선이다. 여기에 역세권이나 번화가여서 비싼 점포 임대료와 경비를 빼고나면 그야말로 '남는게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A씨의 경우 서울 시내 역세권인 점포 임대료 1800만원과, 전기세 200만원, 빵 굽는 기사와 샌드위치 만드는 직원 등 인건비 800만원, 아르바이트 인건비 700만원으로 기본경비만도 월 3500만원이 든다. 기본 경비를 제외하면 700만원이 남는다.

여기에 각종 세금과 대출금 이자, 카드수수료, 5~7년에 한 번씩 해야 하는 인테리어 리뉴얼 비용 등을 월로 나누면 손에 쥐는 것은 300만~500만원 정도. A씨는 "수억원의 세금을 한꺼번에 내라고 하는 것은 차라리 죽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3000여개의 가맹점 대부분이 이와 유사한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협의회는 최근 1700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억원의 세금이 부과될 경우 "폐업하거나 파산을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8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세청이 과세를 강행할 경우, 협의회를 중심으로 집단적인 불복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세금 문제는 생존이 걸릴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됐다"며 생계수단을 잃게된 마당이어서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D씨(경기 의정부시 가맹점 운영)는 "대학생 자녀가 둘 인데 1년에 학비 1000만원 부담하기도 빠듯하다. 세금을 한꺼번에 수억원씩 내면 우리는 빈민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제가 된 POS, 대체 무엇이길래…

문제가 된 POS가 대체 무엇이길래 국세청과 가맹점주들 사이에 피말리는 과세 전쟁이 벌어진 것일까.

편의점이나 카페, 식당, 제과점 등 어딜가나 쉽게 볼 수 있는 POS는 손님이 고른 제품을 입력해 결제해주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POS에 찍힌 매출을 보면 그 날 무엇이 얼마나 팔렸고 매출은 얼마를 올렸는지 알 수 있다.

국세청은 이 부분에 착안해 POS에 기록된 자료를 근거로 과세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과점 대부분이 포스에 찍힌 매출과 신고한 매출이 차이가 상당히 크고 이를 고의로 누락해 탈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할인판매하거나 기부한 제품이 정상가격으로 찍히는 것은 물론 아르바이트생이 연습한다고 찍어봤던 제품까지 모두 다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E씨(서울 관악구 가맹점 운영)는 "이것이 과세자료로 활용될 줄 알았으면 당연히 할인판매하거나 기부한 빵을 POS에 기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빵집에서는 그동안 POS를 매출관리보다는 주문이나 계산기 용도로 사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파리바게뜨의 POS시스템은 가맹점에서 판매된 제품을 입력하면 다음날 그 수량 이상의 제품을 주문할 수 있게 돼 있다. 예를 들어 단팥빵 10개를 오늘 판매한 것으로 기록됐다면 다음날에는 10개 이상을 주문할 수 있다. 만약 단팥빵을 5개를 주문했다면 다음날에 10개를 주문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제품을 그날 판매할 양에 딱 맞게 주문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한다.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제품이 떨어지면 손님이 그 다음부터 가게를 안 찾을까 싶어 늘 제품을 5~10% 넉넉하게 주문한다.

이 때문에 재고는 늘 남게되고 남은 재고는 푸드뱅크나 동네 복지관 등에 기부하는 경우가 많다. 가맹점주 대부분은 기부 영수증을 별도로 받지 않고 기부해왔다. 남는 빵을 기부하면서 생색내는 것 같아 영수증을 달라고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간혹 본사에서 매출 올리기를 권유할 때에는 가매출을 10만~20만원 정도 더 찍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모두 과세자료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관행'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파리바게뜨

◆…8명의 가맹점주들이 사무실에 모여 국세청의 추가과세 방침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가맹점주 보호를 위해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손 쉬운 프랜차이즈만 세수확보"(?)

가맹점주들이 더욱 불안해 하는 부분은 국세청이 정확한 과세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매출이 적은 영세업체는 추가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가맹점주들은 국세청이 과세자료로 활용하는 POS자료 자체를 객관적인 자료로 인정을 할 수 없단 입장이다.

D씨는 "솔직히 프랜차이즈가 세금을 걷기 제일 쉽지 않느냐. POS 자료를 가져가기 제일 쉽다"며 "형평성으로 따지자면 프랜차이즈가 아니면서도 장사가 잘 되는 자영업자의 POS 자료도 국세청에서 가져가서 과세자료로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C씨는 "세무사들이 하라는대로 해서 매출을 신고하고 세금을 냈을 뿐인데 탈세범으로 몰리는 것은 억울하다"며 "한꺼번에 수억원씩 과세한다고 하면 파산하지 않을 가맹점이 없다. 세금을 내고 싶어도 돈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파리바게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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